주중에는 먼저 부 활동이 끝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교문 앞에서 기다린다―열에 여덟은 쿄타니가 먼저 와서 카게야마를 기다리지만―. 그리고는 함께 저녁을 먹거나 시내를 돌아다닌다. 쿄타니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고 카게야마도 말주변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서 대화는 많지 않지만 주제는 거의 배구였다. 물론 그것도 여유가 있을 때의 이야기고, 연습시합이나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에는 며칠씩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문자나 전화 통화로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주말에는 새벽에 만나 로드워크를 한다. 아오바죠사이는 주말에도 연습을 하기 때문에 카게야마가 쿄타니의 집 근처로 간다. 1시간 정도 근처를 뛴 다음 편의점에서 치킨과 만두를 사먹고 아오바죠사이 고등학교 앞에서 헤어진다. 이것이 두 사람의 주말 ..
“쿄타니 선배.” 카게야마의 목소리에 교문에 등을 기대서고 있던 쿄타니가 고개를 돌렸다. 입에는 오늘도 여지없이 편의점에서 산 닭튀김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개성적인 금발과,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인상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쿄타니는 신경도 쓰지 않고 카게야마를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끝났냐.” “네. 선배, 배는 안 고프세요?” 고개를 내저으려던 쿄타니는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나자 조그만 목소리로 “어.”하고 짧게 대답했다. 걸음도 조금 빨라져서 카게야마는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따라붙었다. 키는 거의 비슷한데 이상하게 쿄타니의 걸음을 맞추는 것이 가끔 힘들다고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덮밥 먹으러 가자.” “네.” 아늑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얼어있던 몸이 ..
토요일 점심, 패스트푸드점 한구석에 앉아 카게야마는 주문한 햄버거를 들고 오는 쿄타니를 보았다.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 어깨엔 메신저백까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쿄타니는 옷을 꽤 잘 입고 다니는 편이었다. 카게야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생전 처음 해보는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단은 바로 어제 매니저 야치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카게야마는 패션 센스가 참 특이한 것 같아.” “뭐?” “아, 아니, 세터 혼이라든가, 그런 문구가 새겨져있는 옷 잘 없잖아? 용케도 찾아서 입는구나 싶어서. 아, 물론 개성적이고 좋다고 생각해! 절대로 충격적이라거나 촌스럽다는 생각은 결단코 하지 않았어!” 야치가 양 손을 허우적허우적 휘저었다. “다 한 거 아냐? 카게야마, 매니저가 네 패션 충격적이고 촌스..